몸 냄새의 과학

냄새가 싫다는 감정은 어디서 올까 - 후각과 감정의 뇌과학

odornews 2025. 7. 1. 22:01

특정 냄새만 맡으면 불쾌한 이유, 감정에서 시작됐다

 사람은 살아가며 수많은 감각을 경험한다. 그중 유독 감정을 가장 빠르게 자극하는 감각은 '후각'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물건이나 음식에 나는 냄새에도 민감한 편이었다. 이로 인해 특정한 냄새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느끼는 일이 종종 있었다. 구체적으로, 사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식탁에서 나오는 나무 냄새도 싫어했었다. 또한 컨디션이 안 좋을 때에는 돼지고기에도 냄새가 나서 구토를 경험한 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냄새가 싫다는 이 본능적인 감정은 단지 기분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뇌가 감각을 처리하고 해석하는 방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감정을 처리하는 뇌의 구조인 ‘편도체’와 ‘해마’가 후각 자극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내 경험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어떤 냄새에 혐오감을 느끼는 이유를 신경과학적으로 풀어보고,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감각과 감정의 연결 고리를 탐구해보려 한다.


후각과 감정 사이의 관계

감정보다 앞서는 반응, 후각은 본능을 자극한다

 냄새에 대한 반응은 때때로 감정보다 앞선다. 우리는 무언가를 ‘싫다’고 인식하기 전에, 이미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후각만이 유일하게 감각 중에서도 시상(thalamus)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변연계(limbic system)로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변연계의 핵심인 편도체는 공포, 혐오, 불쾌감 같은 즉각적 감정을 처리하는 뇌 구조이다. 후각 자극은 이 편도체와 거의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냄새는 우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감정 회로를 먼저 건드리는 자극이다. 나 역시 이를 명확히 느낀 경험이 있다. 예컨대 나의 경우, 어릴 적 치과에서 맡았던 소독약과 불소 냄새가 있다. 이 냄새는 머릿속에도 강하게 남아있다. 그 냄새가 비슷하게 난다면 입안이 마르고 손에 땀이 나는 반응이 따라온다. 냄새가 준 불쾌함이 ‘이 물건은 무섭다’는 인상으로 바로 연결된 것이다. 이런 반응은 이성이나 도덕적 판단과는 무관하고 완전히 감정적이고 본능적이다. 뇌는 냄새가 주는 정보를 생존과 직결된 신호로 해석하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자극에는 즉시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우리의 행동,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심지어 기억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후각은 감정의 출발점이자,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감각이다.

냄새는 위험을 알려주는 경고 신호다 – 후각은 생존 본능이다

 우리가 어떤 냄새를 맡고 불쾌함을 느끼는 감정은 단지 기억 때문만이 아니다. 진화적으로 보면 냄새는 생존을 위한 ‘위험 감지 센서’로 발달해온 감각이다. 인간은 시각이나 소리보다도 먼저, 냄새를 통해 부패, 독성, 감염 등의 위험 요소를 감지해 왔다. 대표적으로 썩은 음식, 곰팡이, 피, 고름 냄새 등은 강한 혐오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해당 자극을 ‘생존에 위협이 되는 신호’로 자동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경험을 했다. 냉장고에 오래 방치된 삶은 달걀을 실수로 깨뜨린 적이 있었다. 이 냄새를 맡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고통과 함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뒤로 물러섰다. 내가 고개를 돌린 이유는 단지 그 냄새가 역겨워서가 아니었다. 그 냄새가 ‘이건 절대 먹으면 안 된다’는 위험 신호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처럼 냄새에 대한 거부 반응은 감정적 해석을 넘어, 뇌가 생존에 필요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본능적인 시스템일 수 있다. 따라서 냄새가 싫다는 감정은 인간의 ‘생존 필터’가 작동하는 흔적이기도 하다.

냄새는 공감 능력과 타인의 감정 해석에도 영향을 준다

 놀랍게도 냄새는 타인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는 수단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 인간은 말이나 표정 외에도 체취, 땀, 스트레스 호르몬이 섞인 냄새 등을 통해 타인의 감정에 반응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후각 기반의 공감 반응이라 부르는데, 어떤 냄새는 단지 그 향 자체가 아니라, 그 냄새에 담긴 타인의 감정 상태를 뇌가 감지하고 해석하는 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나는 실제로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타인의 체취가 불쾌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이는 타인에게 나는 단순한 냄새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풍기는 긴장감, 불안감 같은 기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뇌는 타인의 땀 속 스트레스 성분인 카이로모돈(chairomone) 같은 화학 물질에 반응하며, 이것을 ‘위협 신호’나 ‘감정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냄새에 대한 혐오 반응이 꼭 개인 기억 때문만이 아니다. 이는 타인의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싫어지는 것이다. 후각은 이렇게 나의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상태에 대해 공감 또는 회피 반응을 유도하는 감각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감정의 경로다. 그래서 냄새에 대한 혐오 반응이 꼭 개인 기억 때문만이 아니다. 이는 타인의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싫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전해진 타인의 정서적 긴장감은, 나도 모르게 내 감정 상태까지 흔들리게 만들고 결국 불쾌한 감정 반응으로 이어진다. 즉, 냄새는 단지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반응을 일으키는 감정의 연결고리가 된다. 후각은 이렇게 나의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상태에 대해 공감 또는 회피 반응을 유도하는 감각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감정의 경로다.

냄새에 대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을까?

 사람의 감정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냄새에 대한 싫은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뇌는 냄새에 대한 감정 반응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처음엔 불쾌했던 냄새도 반복된 긍정 경험과 함께 노출되면 감정적으로 덜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냄새 재해석’의 과정으로, 감정 반응을 학습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맥락으로 바꾸는 뇌의 적응 능력이다. 예전에 나는 아버지의 면도 크림 냄새를 유난히 싫어했다. 특유의 약품 냄새가 거슬렸고, 그 냄새가 집 안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다시 그 냄새를 맡았을 때, 왠지 모르게 안정감과 향수를 느꼈다. 감정이 변하니 냄새도 다르게 해석되었다. 이는 감정이 냄새를 좌우하기도 하지만, 냄새가 기억을 재구성하며 감정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뜻이다. 즉, 후각과 감정은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특정한 냄새가 싫다고 해서,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감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후각 자극도 삶의 흐름 속에서 계속 재해석되고 있다.


냄새는 감정의 문을 여는 통로이자, 나를 이해하는 단서다

 우리는 냄새를 단순히 코로만 느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감정, 기억, 생존 본능까지 얽혀 있는 복합적인 뇌 반응이다. 특정 냄새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감정을 자극하는 뇌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때로는 위험을 감지하거나 타인의 정서를 무의식적으로 해석하려는 반응이다. 즉, ‘냄새가 싫다’는 감정은 단지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뇌가 축적해 온 기억, 경험, 환경, 본능적 판단이 한꺼번에 작동하는 결과물이다. 나 또한 특정 냄새에 이유 없이 불쾌함을 느꼈던 경험들이 알고 보면 뇌가 나를 보호하려는 방식이었음을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감정은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변함에 따라서 냄새에 대한 해석도 함께 달라질 수 있다. 후각은 감정의 문을 여는 동시에 감정과 함께 진화하고 재해석되는 유연한 통로이다. 냄새는 우리 삶의 기억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나에 대한 이해의 깊이도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