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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냄새의 과학

마스크 착용 후 달라진 냄새 인식 - 코로나 이후 후각의 민감도 변화

냄새의 세계가 달라졌다, 마스크가 바꾼 후각의 감도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감각의 하나인 ‘냄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아마 이를 느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도 역시 마스크를 장기간 착용하면서 이를 경험한 적이 많다.

처음에는 단순히 마스크가 냄새를 차단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각이 무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마스크를 벗었을 때는 특정한 냄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특히 음식의 향이나 주변 사람의 체취, 공기의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코로나 이후의 후각’이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후각은 단지 냄새를 맡는 감각이 아니다. 이는 감정, 기억, 건강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중요한 감각이다. 이번 글에서는 마스크 착용 이후 달라진 냄새 인식과 후각의 민감도 변화를 중심으로, 나의 실제 경험과 함께 후각의 심리적·생리적 영향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이 변화는 단지 개인적인 느낌에 그치지 않고, 감각의 구조와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 되었다.


마스크 착용 후 달라진 냄새 인식

 

마스크 속 나만의 냄새 공간, 후각과의 새로운 거리감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냄새’에 더 민감해졌다. 특히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내 입에서 나는 숨 냄새나, 마스크 천에 배어 있는 섬유 냄새, 혹은 이른 아침 양치질 후 치약 향까지도 유난히 뚜렷하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바깥의 다양한 냄새들 속에서 묻혔던 향들이 마스크 안에서 마치 ‘밀폐된 작은 공간’에 갇힌 듯 더 강하게 감지되었다. 이처럼 마스크는 냄새에 대한 차단막이면서 동시에 필터 역할도 한다. 이를 통해 외부 냄새를 제한하고 내부 냄새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이 감각이 매우 낯설었고, 때로는 불쾌할 정도로 예민해졌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할 때 나는 내 숨 냄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다. 후각이라는 감각이 이렇게 내 안쪽으로 집중되면서, 나는 마스크 착용 자체가 감각에 미세한 긴장감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스크는 감염을 막는 도구일 뿐 아니라, 감각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외부 자극의 차단, 감각 무뎌짐과 민감함 사이의 줄타기

 마스크 착용의 지속은 외부 자극에 대한 후각의 반응성을 점차 변화시켰다. 처음 몇 개월은 외부 냄새가 차단되어 오히려 편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특정한 향에 대한 ‘무감각함’을 체험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퍼지는 향수 냄새나, 길거리 음식 냄새에 즉각 반응하곤 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습관화되면서 그런 냄새들이 나에게 거의 다가오지 않았다. 후각이 마치 절전 모드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마스크를 벗었을 때는 오히려 냄새에 과도하게 민감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친구 집에 방문했을 때 나는 커피 향이 지나치게 진하게 느껴졌다. 또한, 길거리에서 나는 쓰레기 냄새가 예전보다 훨씬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나의 후각은 점점 ‘무딘 상태’와 ‘예민한 상태’를 오가며 불균형해졌다. 이는 단순한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인 마스크 착용이 감각의 리듬 자체를 흐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감각은 일정한 자극 속에서 유지될 때 건강한 민감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후각과 감정의 연결고리 - 냄새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

 우리는 종종 냄새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이 과정 속에서 특정한 감정 상태로 빠져들곤 한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진 이후에 나에게 느낀 큰 변화 중 하나는 감정의 촉발이 줄어든 것이다. 나는 특정 향수의 향기에서 여행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또한, 부모님이 끓이던 된장 국물 냄새에서 어린 시절의 안정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끼고 나서부터는 이런 향기와의 만남이 줄어들었다. 그렇기에 후각을 통한 정서적 연결도 흐려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우울을 호소했다. 아마 그 원인 중 하나로 ‘감각의 차단’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나의 경우도 향기와 감정이 분리된 생활은 어딘가 메마르고 단절된 듯한 인상을 주었다. 반대로, 마스크를 벗고 공원에서 꽃 냄새를 맡거나, 카페에서 커피 향을 깊게 들이마셨을 때 느끼는 감정은 이전보다 더 강렬하고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것은 후각이라는 감각이 단지 생리적 기능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을 연결하는 매개라는 점을 보여준다.

감각의 회복, 후각 리셋을 위한 나만의 시도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흐트러진 후각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나는 몇 가지를 노력해 보았다.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의식적으로 향기를 ‘마시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아침에 커피를 내리기 전에는 커피 원두의 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점심, 저녁때에는 좋아하는 허브티를 우리며 나오는 증기를 천천히 맡는다. 이뿐만이 아니라, 향초나 에센셜 오일을 활용해 내 방, 화장실, 거실 등에 향기를 채워두었다. 특히 라벤더와 오렌지 블로섬 같은 향은 긴장된 후각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데 효과가 있었다. 두 번째로, 향기를 기억과 연결하기 위해 특정한 장소에서 맡은 향을 일기장에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후각은 반복을 통해 민감도를 회복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런 ‘향기 훈련’은 점점 나의 감각을 예민하게 되돌려주었다. 팬데믹으로 차단된 감각을 다시 켜는 과정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이는 감정 회복과 감각 균형을 위한 자가 치유 방식이 되었다. 우리는 후각을 통해 삶의 풍경을 더 입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것은 스스로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된다.


마스크 이후, 후각은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은 단지 위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감각의 구조를 바꿔놓은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나는 냄새를 덜 맡게 되면서 후각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마스크로 인해 무뎌졌던 감각은 어느 순간 더 예민하게 되돌아오기도 했다. 이 과정은 감각이 얼마나 유기적이며, 일상의 작은 자극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후각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고, 감정을 느끼고, 존재를 실감한다.

마스크 이후, 이 감각을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시도했던 작은 향기 훈련처럼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일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다. 이는 삶을 더 깊이 경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후각은 다시 깨어날 수 있다. 마스크로 인해 억눌렸던 감각은 오히려 더 섬세한 감정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팬데믹 이후의 삶을 더 감각적으로,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단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