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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냄새의 과학

냄새가 질병을 경고한다 – 조기 진단을 위한 후각 바이오마커 연구

인간의 후각, 의학의 새로운 창을 열다

 나는 몇 해 전, 가까운 지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취 변화를 겪고 병원을 찾았다가 조기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경험을 직접 목격했다. 처음엔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그 변화된 냄새가 질병의 징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경험을 계기로 ‘냄새’가 질병을 경고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최근 의료·과학계에서는 특정 질병이 체취나 호흡, 땀 등에서 독특한 화학적 냄새를 방출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후각 바이오마커’라 부른다. 후각 바이오마커는 비침습적이고 빠르다. 또한,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조기 진단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후각 바이오마커가 무엇인지, 어떻게 질병 진단에 활용되는지, 현재 연구 동향과 한계, 그리고 내가 직접 느낀 가능성까지 구체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그 후로 나는 냄새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단순한 감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일상 속에서 후각의 역할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냉장고 속 상한 음식 냄새만큼이나 사람의 몸에서도 ‘비정상’이라는 신호를 냄새로 보낼 수 있다는 개념은 굉장히 신선하고 과학적이었다.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라는 키워드는 내 가족과 주변 지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 주제를 파고드는 것이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느꼈다.


질병을 경고하는 냄새

후각 바이오마커란 무엇인가 – 냄새 속에 숨겨진 단서들

 후각 바이오마커는 인간이나 동물의 체취, 호흡, 소변, 땀 등에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을 통해 특정 질병의 존재를 감지하는 생물학적 신호다. 이 VOC들은 우리 몸의 대사 과정 중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그 조성이나 농도는 질병의 종류나 상태에 따라 변화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는 호흡에서 아세톤 냄새가 강하게 난다. 폐암 환자의 경우 특정 알데하이드 화합물이 높게 검출된다. 이러한 VOC들을 정밀 분석하면 병이 생기기 전 혹은 초기 단계에서 경고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특히, 이 방식은 피검사나 조직 채취 없이도 분석이 가능해 매우 실용적인 장점이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이런 냄새가 단순한 생활 패턴에서 비롯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VOC가 체내 이상 신호를 반영한다는 연구들을 접하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더 나아가 VOC는 신체 내부뿐만 아니라 피부 표면의 박테리아 변화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감염성 질환이나 피부 질환의 조기 예측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코로나19 환자의 호흡에서도 독특한 VOC 패턴이 나타난다는 결과가 있다. 이는 감염병 대응에 있어 신속한 초기 판단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후각 바이오마커는 이제 특정 병만을 겨냥한 수단이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의 ‘거울’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 – 전자코와 인공지능의 융합

 냄새를 분석하는 기술은 과거 단순한 후각 테스트에서 벗어나 이제는 고정밀 센서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밀 의료로 발전하고 있다. 전자코(e-nose)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다양한 VOC를 감지하고 분류할 수 있도록 고안된 센서 장치로, 마치 인간의 후각 시스템처럼 작동한다. 전자코는 질병에 따른 고유한 냄새 패턴을 학습해 빠르게 이상 신호를 잡아낸다. 실제로 영국과 일본에서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폐암, 심지어 결핵까지 후각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진단 임상시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그 정확도는 80~90% 이상에 이른다. 이와 같은 기술은 향후 병원 내 상시 설치 장비로 활용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가정용 휴대형 진단기로 상용화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이 적용되면, 개인의 체취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축적·분석해 맞춤형 건강관리 설루션까지 가능해진다. 나의 경우,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체온 및 호흡 기록과 VOC 데이터를 연계해 보는 실험에도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실제로 일부 스타트업은 이미 이 같은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접했다.

현장의 적용과 인간의 직관

 후각 바이오마커 기술은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폭넓게 시도되고 있으나,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 VOC는 개개인의 식습관, 유전, 생활 환경 등에 따라 편차가 심해 표준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민감한 센서가 오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냄새의 농도와 종류는 실내 공기나 화장품 등 외부 요인에도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셋째, 보다 다양한 질환군에 대한 VOC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 아직 일부 질병에만 연구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열쇠도 인간의 경험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실제로 내 지인의 사례처럼, 환자 주변인의 직감이나 관찰도 후각 바이오마커를 더 정교하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학은 수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병에 걸린 가족을 돌보는 보호자의 ‘후각 기억’은, 의외로 정확하고 실용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인간의 직관과 기술이 함께 작동할 때 진정한 의료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건강 관리의 일상화 – 나의 경험에서 배운 교훈

 후각 바이오마커는 단지 질병 진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감정 상태, 스트레스, 피로도, 심지어 식습관까지 분석 가능하다는 연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나 또한 몇 년 전 건강이 악화되었을 때, 나 자신의 땀 냄새가 이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감지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알고 보니 간 수치 이상이 원인이었다. 이를 계기로 식습관을 바꾸며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후각은 자가 진단의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또한 냄새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몸의 변화를 빠르게 자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예방의학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나는 이후로 피곤할 때마다 내 땀 냄새나 입 냄새의 변화를 메모해 왔다. 실제로 특정 시점에는 면역력이 약화되는 패턴이 보이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내가 내 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후각 바이오마커 기술이 대중화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보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후각은 인간 몸속의 ‘조기경보 시스템’이다

 인간은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후각을 덜 중요한 감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냄새는 수많은 생물학적 정보를 담고 있는 정교한 신호이다. 후각 바이오마커는 과학적 신뢰성과 실용성을 바탕으로 조기 진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나의 지인 사례와 나 자신의 건강 변화 경험을 통해 이 기술의 현실적인 효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와 기술 개발이 더 깊이 확장된다면, 우리는 병이 본격화되기 전에 보다 정확하고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고령 인구가 많은 사회 구조에서 이 기술은 ‘디지털 청진기’로 기능할 수 있다. 인간의 몸은 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 신호를 ‘냄새’라는 방식으로도 이해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