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취에 민감한 사람들의 뇌 구조 - 후각 과민의 과학적 원인
나는 왜 유난히 냄새에 예민할까?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늘 코를 먼저 막는다. 친구들이 “지하철에서 무슨 냄새가 나? ”라고 할 정도로 나에게 물어볼 정도로 냄새에 민감하다. 특히 사람의 냄새인 체취에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땀 냄새, 향수 냄새, 옷에 밴 섬유유연제조차도 나에겐 고통이다. 샤워 후 깨끗한 사람에게서도 나는 미세한 체취에 반응한다. 또한, 그 냄새가 한 번 인식되면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나 자신이 까다로운 성격이라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우연히 읽은 한 논문에서 ‘후각 과민(Hyperosmia)’이라는 용어를 접한 후 모든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후각 과민이라는 신경학적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 체취에 민감한 사람들의 뇌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본다. 더 나아가 나의 경험을 통해 일상 속 체취 감각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후각 과민이란 무엇인가 – 뇌의 감각 필터 문제
후각 과민은 단순히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는 표현 이상을 의미한다. 이는 실제로 후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과도하게 자극을 수용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각 정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할 때 발생하는 신경학적 현상이다.
인간의 후각은 주로 후각구(olfactory bulb)와 편도체(amygdala), 그리고 해마(hippocampus)에서 처리된다. 이 구조들은 모두 감정, 기억, 생존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감정적 반응과 연관되어 특정 냄새에 ‘혐오’나 ‘불안’와 같은 감정을 더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체취처럼 일상적인 자극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뇌는 원래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주는 기능을 한다. 특히 후각 과민자는 이 필터 기능이 떨어지거나 과도하게 민감하게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냄새를 '강조된 신호'로 받아들인다. 결과적으로 체취 같은 미세한 냄새에 예민해지게 되는 것이다.
체취에 민감한 나의 경험 – 무의식적인 감정 반응
나는 후각 과민을 겪으며 체취에 대한 반응이 단순히 ‘코로 맡는 자극’만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옆자리에 앉았을 때 심하게 향수 냄새가 나거나 몸에서 풍기는 체취가 느껴진다면,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부정적으로 변한다. 또한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과는 관계없이 냄새가 그 사람의 감정을 변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후각이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후각은 시각보다도 빠르게 대뇌변연계에 도달해 직접 감정과 기억을 자극한다. 그래서 어떤 냄새는 ‘싫다’는 판단 이전에 이미 몸과 감정이 반응을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히 불쾌함을 넘어선다. 실제로 냄새 하나가 나 자신의 하루 기분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나는 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 자신을 ‘관리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나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였다. 또한, 주변 사람과 이야기하기 전에는 내 체취를 확인하고 체취가 조금이라도 나는 것 같다면 주변 사람과의 간격을 조절해 후각 자극을 줄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조차 일종의 피로감으로 쌓이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아예 특정 공간을 피하게 되었다. 나와 같이 체취에 예민한 사람은 사회적 활동에서도 제약을 느끼게 되고,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서 ‘냄새’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후각 과민은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의 이중 영향
과학자들은 후각 과민이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의 복합적인 결과라고 본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후각 수용체 유전자의 특정 변이가 후각 민감도를 결정짓는 데 관여한다고 본다. 이 것은 태어날 때부터 사람마다 후각 세포가 반응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유년 시절 특정 냄새와 관련된 트라우마, 불쾌한 기억 등이 편도체에 강하게 저장될 경우, 비슷한 체취를 다시 접할 때 신체가 과잉 반응하는 패턴이 형성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생물학적인 이유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맥락과 기억의 방식이 후각 과민의 발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나는 어린 시절 학원 선생님의 강한 땀 냄새와 특정 향수 냄새가 섞였던 것을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그때의 불쾌했던 감정이 뇌에 각인되었는지, 지금도 유사한 조합의 냄새를 맡으면 무의식적으로 불쾌함이 밀려온다. 이런 반응은 논리적으로 설명되기보다 감정적이고 직관적이며, 바로 이것이 후각 과민의 본질이라 느낀다. 타고난 민감성과 환경적 기억이 겹칠 때, 체취에 대한 반응은 훨씬 복잡해진다.
후각 민감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완전히 후각 민감성을 제거하는 것은 어렵지만, 뇌의 감각 처리 방식을 ‘훈련’시킬 수는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후각 탈감작(olfactory desensitization)’ 훈련이다. 이는 미세하거나 예민한 향을 반복적으로 맡으며 뇌가 자극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나는 허브를 활용한 천연 오일을 활용해 향기 노출 훈련을 해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허브 향도 처음 맡게 되어서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자 체취에 대한 내 반응이 약해지면서 익숙하게 되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인지 재구성’ 기법이 있다. 냄새를 단순히 불쾌하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냄새에 담긴 기억이나 의미를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훈련이 하루아침에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뇌는 유연하고, 후각도 결국 신경 정보 처리의 일부이기 때문에 반복적인 훈련으로 민감성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체취에 민감한 나, 그러나 그것도 나의 일부
체취에 예민하다는 사실은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게 ‘결핍’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후각 과민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다. 뇌의 구조적 특징과 감정 기억, 유전적인 요인에 의한 복합적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나 자신이 민감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체취에 민감한 뇌는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과 기억을 섬세하게 다루는 능력의 한 형태일 수도 있다. 물론 일상 속에서의 불편함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피하거나 부정하는 대신 관리하고 적응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통해 나와 같은 후각 예민자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냄새에 반응하는 뇌의 작동 원리를 알게 되어 일상 속에서 조금 더 편안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