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냄새의 과학

향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 - 체취가 거의 없는 사람들의 유전적 특징

odornews 2025. 7. 7. 23:01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며 생긴 궁금증

 나는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성격이다. 모임이나 회식, 동호회 활동도 자주 참여하는 편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사람마다 특유의 체취가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어떤 향도 느껴지지 않았다. 땀을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무향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 또한, 하루 종일 함께 있었는데도 아무런 체취가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개인적인 위생 관리가 철저한 사람들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단순한 생활 습관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경험했던 의문을 풀어보기 위해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체취와 관련된 유전적인 특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체취가 거의 없는 사람들의 유전적 배경과 생물학적 특징, 그리고 그들이 겪는 사회적 경험까지 다루어보고자 한다.


체취가 거의 나지 않는 사람들의 유전적 특징

체취는 왜 생기는 걸까? – 몸에서 나는 냄새의 과학

 체취는 사람마다 정도와 종류는 다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체취는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땀샘에서 분비되는 물질과 피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상호작용하면서 냄새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메커니즘이다.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포크린 땀샘’이다. 이 땀샘은 겨드랑이, 사타구니, 젖꼭지 주변 등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존재한다. 이후, 분비된 땀은 단백질과 지방산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땀샘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기 쉽다. 박테리아는 이러한 땀샘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체취가 생성된다. 따라서 체취의 강도는 단순히 땀의 양보다는 이 아포크린 땀샘의 발달 정도와 그 지역의 박테리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땀샘의 기능이 거의 없거나 매우 미미한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땀을 흘려도 체취가 거의 나지 않는다. 실제로는 유전적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체취가 거의 없는 사람들의 유전적 특징

 체취의 강도를 결정짓는 데 있어서 가장 주목할 유전자는 ABCC11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는 아포크린 땀샘에서 생성되는 분비물의 성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ABCC11 유전자의 특정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아포크린 땀샘이 거의 기능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땀에 체취를 유발할 만한 지방산이나 단백질 성분이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변이는 동아시아계 인구에서 특히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는 전체 인구의 70~90%가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나는 대학 시절 일본인 친구와 한여름 캠핑을 갔었던 적이 있다. 나 포함 모두가 더위로 고생하며 우리 모두에게 땀냄새가 진동했었다. 하지만, 유독 그 친구만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그 당시에는 단순히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그는 유전적으로 체취가 거의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체취가 없는 사람들의 사회적 이점과 불편함

 체취가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부러운 능력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체취가 강한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탈취제나 향수를 필수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하다. 나의 경우에는 여름철에는 미니 탈취제를 공병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체취가 없는 사람들도 나름의 고민이 있다. 예를 들어, 체취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향수를 자주 사용할 때이다. 오히려 향수의 과도한 향이 주변에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또한, 땀을 많이 흘려도 냄새가 나지 않아 질병 초기 증상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예전에 체취가 거의 없는 지인을 소개팅에 연결해 준 적이 있었다. 나의 지인을 만난 상대는 그 사람에게 ‘인간적인 온기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다소 황당한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지인이 어이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는 체취가 갖는 정체성과 개성의 요소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냄새는 단순한 불쾌 요소가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무의식적 신호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무향에 가까운 이들도 오히려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나는 체취가 거의 없는 사람일까? 스스로 점검해보는 방법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냄새에 익숙하기 때문에, 체취의 유무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몇 가지 간단한 방법으로 대략적인 판단은 가능하다. 첫째, 귀지가 건조한지 확인해보면 된다. 구체적으로, ABCC11 유전자의 변이를 가진 사람은 일반적으로 귀지가 마른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체취와의 연관성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둘째, 하루 종일 활동한 뒤, 겨드랑이 냄새를 확인해 보면 된다. 특별한 탈취제나 향수를 사용하지 않고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면, 체취가 적은 체질일 수 있다. 셋째,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참고가 될 수 있다. 평소 체취에 스트레스를 받는 나와는 달리 우리 엄마는 한 번도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신다.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 엄마에게 ‘향수 뭐 쓰냐’는 말을 더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무심코 우리 엄마의 체취가 약한 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 엄마의 귀지는 마른 형태였다. 물론 이는 전문가의 유전자 검사 없이 단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간단한 셀프 체크만으로도 많은 점들을 알 수 있다. 


체취 없는 삶의 정체성과 선택

 체취가 거의 없는 사람들은 땀냄새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 이유는 타고난 유전자 덕분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좋다’ 혹은 ‘나쁘다’로 단정할 수 없는 문제다. 체취는 사회적 신호이다. 또한, 인간적인 감각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나도 역시 주변 사람들과의 경험을 통해 체취가 단순한 생리적 현상을 넘어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에게는 향이 없는 삶이 축복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반대로 무엇인가 부족한 정체성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체질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생활습관과 대인 관계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무향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반면에, 향이 강한 사람들도 관리와 배려를 통해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체취는 우리 존재의 일부이자, 소통의 또 다른 방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