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냄새의 과학

냄새로 외로움을 달래는 뇌의 작동 방식

odornews 2025. 7. 24. 15:11

외로움이 밀려올 때, 먼저 떠오른 것은 ‘그 냄새’였다

 어떤 날은 사람보다 공간이 더 그립다. 낯익은 방, 오래된 카페, 또는 엄마가 요리하던 주방이 계속 생각난다. 하지만 그런 공간을 떠올릴 때, 뚜렷한 이미지보다 더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냄새이다. 외로움은 보통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감각과 깊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이다. 특히 후각은 정서적 기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단 한 번의 향기만으로도 오래된 감정과 연결되곤 한다. 나 역시 예상치 못한 외로움에 휩싸였던 시기가 있었다. 매일 말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어느 겨울, 관계는 멀어지고 집은 공허하게만 느껴졌었다. 그때 나는 우연히 어릴 적 겨울옷에서 나던 스모키한 섬유유연제 냄새를 맡았다. 또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위안을 받았다.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었지만, 마음속 허전함이 다소 가라앉았다. 냄새 하나가 외로움을 완전히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그 감정을 ‘받아주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이 글에서는 냄새가 외로움을 달래는 뇌의 작동 원리와, 나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풀어보려 한다.


 

냄새로 외로움을 달래는 방식

외로움은 신체 감각과 함께 작동한다

 외로움은 단지 ‘사람이 그립다’라는 감정 이상의 것이다. 실제로 외로움은 뇌가 신체 위협을 감지했을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더 나아가, 긴장, 억제, 수축 등의 생리 반응을 유도한다. 이때 후각은 다른 감각보다 먼저 반응한다. 또한, 뇌의 정서 인식 체계를 자극한다. 우리는 이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뇌는 아주 민감하게 향기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에 따른 감정 상태를 조절한다. 특히 외로움을 느낄 때는 자기 정체성과 연결된 냄새, 즉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안정감을 느꼈던 공간의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책을 읽고 명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즉각적인 효과를 느꼈던 것은 향기였다. 어느 날, 어릴 적 자주 쓰던 비누와 유사한 향이 나는 제품을 우연히 발견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 그 비누를 사용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샤워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조용히 정리되었다. 또한, 외롭다는 감정이 줄어들었다기보다는 그 감정을 ‘받아주는 감각’이 생긴 듯한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냄새가 외로움을 단순히 막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조율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향기 기억은 감정과 연결되는 기억의 서랍이다

 냄새는 오랜 시간 동안 뇌에 저장된 정서적 기억을 불러오는 주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우리가 특정 향기를 맡았을 때, 갑자기 어떤 시절이나 상황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향기는 일종의 정서적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또한, 뇌는 그 냄새와 함께 저장된 감정들을 자동으로 불러온다. 특히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에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익숙한 안정감’을 찾으려 한다. 이에 따라, 그와 연결된 향기는 일종의 정서적 피난처가 된다.

나는 그 후로 외로움을 느끼는 날이면 특별히 향수를 바꿨다. 따뜻한 바닐라 톤의 향이나 스파이시한 우디 계열의 향수를 고르면, 기분이 달라졌다. 그런 날은 카페에 혼자 있어도 무언가 나를 감싸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스스로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흥미로운 것은 향기를 사용할수록 내 감정의 흐름을 더 잘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단지 ‘기분이 좋다’라는 차원을 넘어서 ‘지금 나는 외로움을 느끼지만 그것을 감각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감정 인식이 생겼다. 이는 향기가 감정을 제어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읽고 받아들이게 해주는 창구가 된다는 증거였다.

후각은 연결감의 기억을 불러온다

 외로움은 단절된 감정이다. 하지만, 향기는 그 반대다. 향기는 ‘연결’을 상징한다. 누군가의 체취, 가족의 냄새, 연인의 향수는 단순한 냄새 그 이상이다. 그것은 ‘함께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우리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되살린다. 뇌는 그 기억을 불러오면서 현실의 고립된 감각을 일부 완화시킨다. 즉 향기를 통해 과거의 연결을 다시 느끼게 되고, 지금의 단절감이 조금은 덜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깊이 외로움을 느꼈던 때에는 명절 연휴였다. 도시에는 사람이 없고, 어디에서도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때 나는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참나무 장작 냄새와 비슷한 우드 향초를 켜봤다. 놀랍게도 그 향은 순간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었다. 냄새를 맡자 나는 작은 시골 마당으로 간 것 같았다. 그곳에는 따뜻한 밥냄새와 웃음소리가 있었다. 그러한 이미지는 내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물론 그 상황 자체가 바뀐 건 아니었다. 하지만, 향기는 감정의 ‘관점’을 조금 바꿔주었고, 고립된 마음을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향은 정서적 자립감을 높이는 감각 루틴이 된다

 지속적인 외로움은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이 아니다. 이는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내적 도구를 갖는 것이다. 향은 그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매일 특정 향을 맡으며 하루를 정리하거나, 감정이 복잡할 때 익숙한 향을 활용하는 루틴은 내면의 감정을 안정시키고 스스로를 돌보는 감각적인 방법이 된다.

나는 지금도 외로움이 찾아올 때, 먼저 불을 끄고 좋아하는 향초를 켠다. 그리고 조용히 그 향을 느끼며 숨을 고른다. 이 과정은 그 자체로 의식이 된다. 또한, 외부 자극 없이도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 만든다. 처음엔 단순히 기분 전환을 위해 시작했다. 지금은 정서적 자립감을 키우는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향은 더 이상 장식적인 존재가 아니다. 외로움을 느낄 때 나를 다시 나답게 만들어주는 감각적 도구이다. 그리고, 그 향을 맡는 순간 나는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일상 속 작은 실천이 얼마나 큰 감정적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된다. 


향기는 외로움을 치유하는 비언어적 언어이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며,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마주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 향기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감싸주고, 기억을 불러내며, 연결되지 못한 감정에 다리를 놓아준다. 이처럼 냄새는 외로움을 완화하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감각 중의 하나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향기가 단지 기분 좋은 도구가 아니다. 이는 정서적 복원의 장치임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향기를 통해 과거의 따뜻함과 연결될 수 있다. 또한, 그 기억을 현재의 외로움을 다독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향은 ‘누군가와 함께했던 기억’이라는 감정적 저장소이다. 즉,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도 따뜻함을 건넬 수 있다. 결국, 향기는 외로움에 대한 뇌의 가장 부드러운 해석이며, 우리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감각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