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기억 3

냄새로 느끼는 사람 – 체취와 연애 감정의 미묘한 연결고리

눈에 보이지 않는 끌림의 첫 신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은 종종 예상하지 못한 감각에서 비롯된다. 상대의 성격이 좋거나, 관심사가 비슷해 대화가 잘 통해서라기보다, 이유 없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어떤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2년 전, 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낯선 설렘을 느꼈던 적이 있다. 외모나 말투, 대화의 흐름도 좋았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을 연 것은 바로 그 사람 곁에 머물던 공기였다. 향수나 땀 냄새처럼 뚜렷한 향은 아니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한 냄새가 있었다. 그 체취는 나의 정서에 깊게 닿았고, 그 감각은 이성적인 판단을 앞질렀다. 후각은 종종 가장 덜 주목받는 감각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매우 섬세하고 본질적인 역할을 한다. 이후 비슷한 경험이..

냄새는 언제 처음 기억될까 – 영아기 후각 발달과 감정 각인의 시작

이유는 몰랐지만 익숙했던 향, 그 시작의 단서 사람들은 보통 유년기의 기억이 언어를 익히고 사고력이 생긴 뒤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그보다 훨씬 이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걸 느낀 적이 있다. 어느 날 문득, 낯설지 않은 냄새 하나가 나를 설명할 수 없는 편안함으로 감쌌다. 따뜻하고 약간의 비누 향이 섞이는 냄새는 순간적으로 안도감과 함께 다정한 감정까지 불러왔다.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게 되었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 향은 어릴 적 내 몸을 감싸던 어떤 존재의 체취였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어머니께서 체취의 정체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내가 아기였을 때 나를 자주 안아주던 사람이 외할머니였다. 외할머니께서 늘 쓰던 비누가 그런 향이 났기에 그 냄새에 대해서 알고 있었..

냄새는 왜 기억보다 오래 남을까 – 후각 기억의 비밀

지나가는 냄새 하나에 마음이 울컥했던 순간 기억은 머릿속에만 저장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아주 오래 전의 감정이 한순간에 되살아나는 기묘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겨울 저녁에 운동을 끝나고 길을 걷다 우연히 고소하고 따뜻한 나무 연기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는 순간 나를 초등학생 시절로 데려다 놓았다. 어린 시절 나는 시골 외할머니 댁 마당에서 장작불에 군고구마를 구워 먹었었다. 군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그때의 온기, 사촌들과 웃던 웃음소리, 마음의 편안함까지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너무 놀라 멈춰 섰고, 잠시 눈을 감으며 냄새 속에 잠겨 있었다. 그 장면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 흐릿해졌다. 하지만, 냄새는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처럼 후각은 우리의 의식보다 깊은 곳에서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