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냄새의 과학

섬유 속 냄새는 왜 안 빠질까 – 옷에 배는 체취의 과학

odornews 2025. 6. 27. 23:44

 

옷은 씻어도 냄새는 남는다 – 체취는 섬유 속에 어떻게 스며들까?

 세탁기를 돌리고 섬유유연제까지 넣었지만, 옷을 꺼내 입을 때마다 나는 이상하게 남아 있는 냄새에 당황했던 적이 있다. 특히 운동 후 입은 기능성 티셔츠나 겨드랑이에 자주 닿는 셔츠에서 나는 눅진한 땀 냄새 같은 체취가 났다. 이런 체취는 샤워를 아무리 해도, 세제를 바꿔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한 번은 중요한 미팅이 있던 날, 분명히 아침에 깨끗하게 꺼내 입었던 셔츠에서 점심 무렵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당혹스러움이 밀려오자 그때부터 냄새에 더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나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이 냄새는 왜 계속 옷에 남아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냄새는 단순한 불쾌함의 문제가 아니다. 직장, 데이트, 대중교통 안에서 사람들이 받는 인상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위생 이미지와도 직결된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탈취제나 섬유유연제에 의존하는 걸 넘어서, 옷에서 냄새가 빠지지 않는 이유, 예방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과학적으로 알고 싶어졌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옷에 체취가 스며들고 고착되는 방법, 그리고 세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과학적 이유와 생활 속에서 적용 가능한 해결법까지 함께 정리해보려 한다. 


체취가 섬유에 스며드는 이유

체취 분자는 섬유 속으로 스며들고 고착된다

운동을 다녀온 후, 운동복을 세탁했지만 운동복 속에서 특유의 땀 냄새가 계속 남아 있는 경험을 했다. 겉보기엔 깨끗하고 섬유유연제 향도 나는데, 몸에 닿고 땀이 나기 시작하면 숨겨져 있던 체취가 다시 퍼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세탁이 덜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건 체취 성분이 섬유 속에 고착되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의 체취는 단순히 땀의 냄새가 아니다. 우리 몸에서 나는 냄새는 주로 피지, 땀, 박테리아의 분해작용을 통해 생성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에 의해 형성된다. 문제는 이 VOCs가 아주 작고 가벼운 분자라는 점이다. 이러한 체취는 옷의 섬유 틈 사이로 쉽게 침투한다. 이로 인해 단백질·지방 성분과 결합하면서 섬유 내부에 고착된다. 특히 면, 폴리에스터,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는 기름기가 있는 분자나 단백질 성분을 더 잘 흡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말끔해 보여도 옷 안쪽에서는 이미 체취 분자가 남아

있어서 세탁만으로는 이 고착된 분자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또한 고온의 땀이나 마찰이 많은 겨드랑이, 목덜미 부위는 체취

분자의 침투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든다. 그렇기에 입으면 입을수록 냄새가 고착되는 악순환을 유발하게 된다.

세탁은 ‘표면’만 닦는다 – 냄새는 그 안에 있다

 나는 한동안 운동복에서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섬유유연제를 바꾸어도 보고 세탁 코스를 강하게 설정해봤지만 겉에서 풍기는 향기와 달리 입고 땀이 나면 체취가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운동 후 겨드랑이나 등 쪽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샤워를 하고 나서도 올라왔다. 

이 이유는 일반적인 세탁은 섬유의 겉면만을 닦기 때문이다. 땀과 피지, 그리고 그 속의 냄새 분자는 이미 섬유의 속 깊이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수온이 낮거나 세탁 시간이 짧은 경우에는 분자들이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게 된다.

특히 운동복처럼 기능성 소재가 사용된 옷일수록 섬유가 빽빽하고 땀은 잘 증발시키지만 냄새 분자는 내부에 더 잘 갇히는 특성이 있었다. 나도 이를 알기 전까지는 세탁이 잘못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결국 섬유 깊숙이 스며든 냄새는 표면 세척으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어떤 섬유는 냄새를 더 잘 잡고 놓지 않는다

 나는 기능성 티셔츠가 ‘땀을 잘 말려준다’는 말만 믿고 폴리에스터 소재의 옷을 자주 입었다. 하지만 세탁을 반복해도 몇 번 입은 옷에서 특정 냄새가 계속 배어 나오는 걸 느끼며 ‘섬유도 냄새를 기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알게 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폴리에스터는 기름기 있는 성분을 매우 잘 흡착하지만, 물로는 잘 씻겨나가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또한, 땀을 빨리 증발시켜주는 특성 덕분에 겉으로는 금방 마르지만 체취 분자는 섬유 내부에 고스란히 남는 구조였다.

반대로 울이나 텐셀처럼 천연 소재의 옷은 냄새를 덜 머금고 세탁 시 잘 빠진다는 정보도 접했다. 물론 가격이나 관리가 부담되어 쉽게 입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정보를 알고 운동복을 고를 때 섬유 성분표를 꼭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후로는 이전보다 냄새가 덜 배는 옷과 그렇지 않은 옷의 차이를 명확하게 체감하고 있다.

냄새가 옷에 남지 않게 하려면?

 예전에는 ‘냄새가 나면 씻으면 된다’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체취 문제를 겪으며, 냄새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 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고 나서는 운동복을 바로 세탁기에 넣는다. 또한, 되도록이면 뜨거운 물로 세탁할 수 있는 소재만 따로 골라서 돌렸다.
또,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옷을 식초에 30분 정도 담가뒀다가 세탁했고, 옷에 베이킹소다를 넣었다. 이 방법은 향기로 덮는 게 아니라, 냄새 자체를 분해하는 데 실제 효과가 있었다. 또한 햇볕에 말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엔 귀찮아서 실내

건조만 했다. 하지만, 햇살에 잘 말린 옷은 특유의 눅진한 냄새가 덜 남아 있었고, 입었을 때 더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이처럼 체취는 단순한 ‘씻는 문제’가 아니라 옷의 관리와 세탁 주기, 섬유의 특성을 이해하고 다루는 문제라는 것을 실생활 속에서 직접 배웠다.


냄새는 옷 안에 남아 ‘기억’된다

 체취는 단지 순간적으로 나는 냄새가 아니다. 우리 몸에서 나온 냄새가 옷이라는 물질 안에 스며들고, 저장되고, 다시 퍼져 나오는 구조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단지 샤워나 세탁이 부족한 줄로만 알았지만, 체취 분자의 성질, 섬유의 특성, 세탁의 한계를 알게 되면서 나는 옷까지 관리하는 방식으로 일상 루틴을 바꾸었다.

지금도 땀을 흘리면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하루 종일 냄새가 옷에 눌어붙어 있는 일은 예전보다 훨씬 줄었다.
체취를 줄이기 위해선 몸과 옷, 생활 습관까지 함께 조율해야 한다는 것, 그게 내가 이 글에서 전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