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냄새의 과학

운동 후에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사람들의 비밀 – 유전인가, 습관인가?

odornews 2025. 6. 28. 20:11

운동 후 땀이 나도 ‘냄새’는 안 나는 사람이 있다?

 운동 후, 땀에 젖은 티셔츠를 입고 거울을 보면 상쾌하면서도 불안하다. “혹시 나한테 냄새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옆에서 함께 땀을 흘린 한 친구는 똑같이 운동했는데도 거의 아무런 체취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땀은 똑같이 흘렸을 텐데, 왜 그 사람은 냄새가 나지 않을까? 나는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마친 후 땀에 흠뻑 젖은 셔츠를 벗을 때마다 은근히 긴장했다. 심지어 땀에 젖지 않았어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늘 걱정하고 있다. 운동은 상쾌했지만, 체취가 남았을까 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운동하는 누군가는 매번 땀을 흘려도 땀 냄새를 걱정하지 않는다. 단지, ‘개운하다’라는 말만 반복해서 남길 뿐이다. 이건 단순히 데오드란트 때문일까? 아니면 타고난 유전자 때문일까?

운동 후에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사람들의 비밀, 과연 유전일까, 습관일까? 지금부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보고자 한다. 


운동 후에도 땀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

 

냄새의 시작은 땀이 아니라 ‘세균’이다

 

 우선 땀 자체는 사실 무취에 가깝다. 무취에 가까운 땀이 냄새에 나는 비밀은 땀샘과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 몸의 땀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에크린 땀샘으로 대부분 물과 염분으로 이루어진 맑은 땀을 분비하고, 다른 하나는 아포크린 땀샘으로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 특정 부위에 집중되어 있다. 냄새의 원인은 이 아포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지방·단백질을 포함한 땀이 피부 표면의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휘발성 물질이다. 즉, 냄새는 땀 자체가 아니라, 땀과 세균의 반응이 만들어내는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같은 양의 땀을 흘려도 피부의 박테리아 구성, 피지 분비량, pH 농도에 따라 냄새의 강도는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
운동 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사람은 세균 활동이 적거나, 땀이 많이 나는 사람과 땀의 성분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

유전자의 차이 – ABCC11 유전자가 좌우하는 냄새의 유무

 냄새의 강도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유전자는 ABCC11이다. 이러한 유전자는 겨드랑이 땀의 ‘습성’과 ‘냄새 유무’를 결정하는 유전적 열쇠다. ABCC11 유전자는 두 가지 변이가 있다.

  • 하나는 습한 땀과 강한 냄새를 유발하는 유전자형,
  • 다른 하나는 건조한 땀과 거의 무취에 가까운 유전자형이다.

동아시아인의 약 80%는 ‘무취형’ ABCC11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귀지는 대체로 건성이고, 겨드랑이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반면, 서양인은 대부분 유전적으로 습성 귀지 + 냄새형 유전자를 가진다. 즉, 운동 후에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사람들 중 일부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유전자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는 체질’ 일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가 전부는 아니다. 같은 유전자형을 갖고 있어도 생활 습관에 따라 냄새의 차이는 충분히 생긴다.

생활 습관이 만든 ‘무취 루틴’ – 냄새는 관리된다

 냄새가 나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운동 전후의 습관이 매우 체계적이라는 점이다. 운동 전 무향 데오드란트나 항균 성분이 포함된 클렌저를 사용하는 사람은 세균 번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운동 후 샤워를 뜨거운 물 대신 미온수로 충분히 헹구고,
타월을 통해 완전히 건조하는 습관도 필수이다. 세균은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활발히 증식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운동복 선택도 영향을 미친다. 면보다는 속건성 기능성 섬유가 체취 분자의 흡착을 줄이고 통기성과 땀 배출을 빠르게 도와 냄새가 고이지 않게 한다. 즉, 냄새가 없는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냄새를 안 나게 만들기 위한 루틴’을 만들어온 경우가 많다.

냄새가 적은 사람들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운동 전후 섬유 관리까지 신경 쓴다는 점이다. 운동복과 속옷은 하루 이상 방치하지 않고 바로 세탁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완전히 말리는 것이 원칙이다. 나는 예전엔 세탁기에서 꺼낸 뒤 그대로 널었지만, 지금은 세탁 후 한 번 더 헹굼을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세탁조 청소까지 병행하고 있다. 생각보다 세탁기 안의 곰팡이나 세균이 옷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 후 냄새 없는 몸을 만들기 위한 습관은 샤워뿐 아니라, 옷과 환경까지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루틴이었다.

음식과 장나 환경 –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체취

 운동 후 체취에 영향을 미치는 건 외부 관리만이 아니다. 몸속 장내 환경과 식단도 냄새의 강도를 좌우한다. 예를 들어, 육류나 유제품 위주의 고단백 식단은 체내 분해 과정에서 암모니아, 황화합물 등 냄새 유발 물질을 생성한다. 반면, 식이섬유, 녹색 채소,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단은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체취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점심 식단에 가든 샐러드를 추가한 이후 퇴근 후에 운동을 하였을 때 땀 냄새가 덜하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었다. 또한, 물 섭취량이 부족하면 땀이 진해지고 피부를 통해 배출되는 노폐물 농도가 높아져 냄새가 진해질 수 있다. 실제로 나는 물을 충분히 마셨을 때 주변 친구들이 운동 후 땀 냄새가 훨씬 덜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운동 후 냄새를 줄이고 싶다면, 몸 밖이 아니라 몸 안부터 관리해야 한다. 체취는 ‘타고난 것’이기도 하지만, 길들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땀을 흘려도 당당할 수 있는 루틴은 존재한다

운동 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사람은 그저 운이 좋은 것이 아니다. 유전이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체취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습관이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만, 예전엔 땀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과 운동을 꺼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루틴을 바꾸고 나서, 이제는 땀을 흘려도 불쾌하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또한 내 자신에게 나는 땀 냄새가 불쾌한 적도 있었는데 이러한 느낌도 사라졌다. 체취는 감출 수 있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관리해야 하는 나만의 언어다. 운동을 한다는 것은 건강을 위한 일이지만, 운동 후의 나를 어떻게 돌보는 것도 나를 존중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