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사람이 남기고 간 향기 이별을 겪고 나면 마음에 남는 것은 말이나 표정보다도, 어쩐지 공간에 남아 있는 그 사람의 냄새일 때가 많다. 나는 과거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그의 물건 하나 없는 방에 들어섰을 때 묘한 향기를 느꼈다. 향수도 아니었고, 세제 냄새도 아니었다. 분명 어디선가 맡아본 적 있는 향기였는데, 그 순간 나는 이유도 없이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상하게도 그 향기는 말보다 진했고, 사진보다 또렷했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그 향기는, 시간이 지나도 내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후각은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감각이며, 냄새는 추억보다 오래 남는 감정의 궤적이다. 사람은 이별과 함께 모든 것을 지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냄새만큼은 무의식 속 어딘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