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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는 언제 처음 기억될까 – 영아기 후각 발달과 감정 각인의 시작 이유는 몰랐지만 익숙했던 향, 그 시작의 단서 사람들은 보통 유년기의 기억이 언어를 익히고 사고력이 생긴 뒤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그보다 훨씬 이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걸 느낀 적이 있다. 어느 날 문득, 낯설지 않은 냄새 하나가 나를 설명할 수 없는 편안함으로 감쌌다. 따뜻하고 약간의 비누 향이 섞이는 냄새는 순간적으로 안도감과 함께 다정한 감정까지 불러왔다.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게 되었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 향은 어릴 적 내 몸을 감싸던 어떤 존재의 체취였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어머니께서 체취의 정체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내가 아기였을 때 나를 자주 안아주던 사람이 외할머니였다. 외할머니께서 늘 쓰던 비누가 그런 향이 났기에 그 냄새에 대해서 알고 있었..
냄새는 왜 기억보다 오래 남을까 – 후각 기억의 비밀 지나가는 냄새 하나에 마음이 울컥했던 순간 기억은 머릿속에만 저장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아주 오래 전의 감정이 한순간에 되살아나는 기묘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겨울 저녁에 운동을 끝나고 길을 걷다 우연히 고소하고 따뜻한 나무 연기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는 순간 나를 초등학생 시절로 데려다 놓았다. 어린 시절 나는 시골 외할머니 댁 마당에서 장작불에 군고구마를 구워 먹었었다. 군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그때의 온기, 사촌들과 웃던 웃음소리, 마음의 편안함까지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너무 놀라 멈춰 섰고, 잠시 눈을 감으며 냄새 속에 잠겨 있었다. 그 장면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 흐릿해졌다. 하지만, 냄새는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처럼 후각은 우리의 의식보다 깊은 곳에서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냄새가 싫다는 감정은 어디서 올까 - 후각과 감정의 뇌과학 특정 냄새만 맡으면 불쾌한 이유, 감정에서 시작됐다 사람은 살아가며 수많은 감각을 경험한다. 그중 유독 감정을 가장 빠르게 자극하는 감각은 '후각'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물건이나 음식에 나는 냄새에도 민감한 편이었다. 이로 인해 특정한 냄새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느끼는 일이 종종 있었다. 구체적으로, 사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식탁에서 나오는 나무 냄새도 싫어했었다. 또한 컨디션이 안 좋을 때에는 돼지고기에도 냄새가 나서 구토를 경험한 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냄새가 싫다는 이 본능적인 감정은 단지 기분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뇌가 감각을 처리하고 해석하는 방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감정을 처리하는 뇌의 구조인 ‘편도체’와 ‘해마’가 후각 자극과 밀접한 관..
체취에 민감한 사람들의 뇌 구조 - 후각 과민의 과학적 원인 나는 왜 유난히 냄새에 예민할까?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늘 코를 먼저 막는다. 친구들이 “지하철에서 무슨 냄새가 나? ”라고 할 정도로 나에게 물어볼 정도로 냄새에 민감하다. 특히 사람의 냄새인 체취에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땀 냄새, 향수 냄새, 옷에 밴 섬유유연제조차도 나에겐 고통이다. 샤워 후 깨끗한 사람에게서도 나는 미세한 체취에 반응한다. 또한, 그 냄새가 한 번 인식되면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나 자신이 까다로운 성격이라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우연히 읽은 한 논문에서 ‘후각 과민(Hyperosmia)’이라는 용어를 접한 후 모든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후각 과민이라는 신경학적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 체취에 민감한 사람들의 뇌 구조가 어떻게 다..
수면 중 나는 냄새의 과학 – 밤 사이 분비되는 체취의 정체 잠든 사이 몸에서 나는 ‘그 냄새’, 과학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아침에 일어나 자신에게서 나는 미묘한 냄새를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저녁에 샤워를 하고 뽀송한 상태로 잤지만 아침에 뭔가 모르게 꿉꿉한 느낌이 들 수 있다. 또한, 가볍게는 이불 속 체취부터 코를 찌르는 강한 냄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몇 년 전 아침에 수면 중 체취로 인해 걱정이 생겼다. 그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고 의학적인 상담도 받아본 경험이 있다. 이 글은 단순한 냄새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수면 중 인체에서 발생하는 생리적 변화, 호르몬 분비, 피부 상태, 그리고 신진대사의 작용 등 우리가 잘 때 무의식 중에 벌어지는 몸의 과학을 바탕으로 체취의 정체를 밝혀보고자 한다. 특히 체..
비 오는 날, 몸 냄새가 더 나는 이유 – 습도와 체취의 은밀한 과학 비 오는 날, 왜 유독 ‘내 냄새’가 더 신경 쓰일까? 비가 오는 날이면 유독 몸 냄새가 더 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출근길 지하철 안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내 스스로의 체취에 민감해지게 된다. 또한, 주변 사람들의 냄새도 더 또렷하게 감지된다. 이 경험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습도와 온도는 후각적 환경에 영향을 받아 체취는 평소보다 더 쉽게 확산되고 강하게 감지된다. 과학적으로도 습한 날씨는 땀의 증발을 방해한다. 그로 인해 박테리아가 활성화되며 체취가 짙어지는 조건을 형성한다. 실제로 체취가 심해지는 것을 느꼈던 나는 비 오는 날 외출 후, 평소보다 향수를 더 많이 뿌리게 된다. 또한, 사람이 많은 공간을 피하고 싶어지는 행동을 자주 한다.따라서 습도와 체취의 관계는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닌..
냄새는 말보다 먼저 다가온다 – 사회적 거리와 체취 감지의 숨겨진 심리학 우리는 왜 '냄새'로 먼저 사람을 판단하는가? 사람은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그 중에서 후각은 종종 가장 직관적이고 빠른 반응을 유도하는 감각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첫 만남에서 후각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강력한 사회적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는 종종 특정 사람의 향이나 체취만으로도 친근감을 느끼거나 불쾌함을 경험한다. 이는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체취는 유전자, 생활습관, 건강 상태, 심리 상태 등 다양한 생물학적 요인의 결합체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냄새는 말보다 먼저 도달해 ‘거리’를 결정짓는다. 냄새는 거리를 벌리게 하거나, 오히려 가까워지게 만든다. 이 글에서는 인간관계 속 체취 감지의 ..
향수를 더 뿌릴수록 냄새가 심해지는 이유 - 역효과의 과학 향기는 기억을 남기지만, 때로는 피로를 남긴다 우리는 좋은 향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렇다. 향수는 단지 향기로운 냄새를 넘어서, 나라는 사람을 각인시키는 수단이었다. 처음 향수를 뿌렸을 때의 설렘을 기억한다. 몸 전체에 플로럴 계열의 향수를 뿌리고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갔다. 친구는 “너 오늘 냄새 좋다”고 말했고 이를 들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이상한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다. “향수를 너무 세게 뿌려서 머리가 아프다”는 말이었다. 이상했다. 좋은 향수인데 왜 불쾌하게 느껴질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의문은 단순한 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향이 퍼지는 방식, 향기의 농도, 인간의 후각 시스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