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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냄새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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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체취가 바뀌는 이유 - '노인 냄새'의 과학적 정체 ‘그 냄새’는 정말 나이 탓일까?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항상 특유의 냄새가 났다. 약간 쿰쿰하고, 따뜻하면서도 낯선 향이었다. 그때에는 그것이 집 냄새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냄새의 정체가 ‘사람’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최근,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더욱 확실히 체감했다. 분명히 청결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은하게 감도는 특유의 체취가 있었다. 처음에는 의아했고, 다음엔 걱정이 되었다. “혹시 건강이 안 좋아진 걸까?”그래서 나는 그 냄새에 대해 진지하게 알아보기 시작했다.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그렇게 찾아본 끝에 알게 된 사실은 놀라웠다. 이른바 ‘노인 냄새’라고 불리는 그것은 과학적으로 규명된 현상이었다...
냄새와 취향 - 향기를 통해 사람을 선택하는 무의식의 심리학 우리는 향기로 누군가에게 끌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첫인상은 시각적인 요소가 대부분일 것 같다.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특정한 냄새에 더 끌리고, 어떤 향기에는 경계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깊이 연결된 본능적인 반응이다. 향기는 뇌의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냄새는 곧 마음의 안정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사람에 대한 선호에도 큰 영향을 준다. 내가 직접 겪은 한 가지 경험이 있다. 대학 시절, 늘 비슷한 시간에 강의실에 들어오던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풍기던 향긋한 플로럴 계열의 향기 덕분에 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
샴푸 냄새와 정체성 - 후각으로 인식되는 나의 이미지 향기는 말보다 빠르게 인상을 남긴다 누군가 지나칠 때 은은하게 풍기는 샴푸 냄새는 그 사람의 이미지와 인상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흔히 시각이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각은 말보다 빠르게 무의식에 침투하며 기억 속에 남는다. 특히 샴푸 향기는 머리카락이라는 신체 부위의 특성상 오래도록 잔향이 남는다. 또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그 사람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나는 대학교 시절, 항상 같은 향이 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지나가면 복도 전체에 상큼한 복숭아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그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항상 깨끗하고 섬세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기억되었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나만의 향을 찾고 싶어졌다. 그 때부터 샴푸 선택이 단순한 위생 관리가 아니라 ..
사춘기 냄새의 과학 - 청소년기의 피지, 땀, 감정의 삼중주 우리 아이 몸에서 나는 익숙하지만 낯선 향기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와 함께 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방 안에 낯설지만 분명 익숙한 냄새가 감돌기 시작한다. 그 냄새는 단순히 '땀 냄새'라고만 하기에는 복잡하다. 이는 어딘가 묘하게 감정적인 느낌마저 동반한다. 나 또한 중학생이 된 아들이 어느 날 운동 후 방에 들어간 뒤 퍼지는 그 냄새를 처음 맡고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청결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향수를 뿌려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 아들이 항상 샤워를 두 번씩 했기 때문이다.이처럼 사춘기 냄새는 단순히 위생 상태로만 설명할 수 없다. 청소년기의 신체 변화, 피지 분비, 땀 성분, 그리고 감정적 요인이 결합되어 독특한 체취를 형성한다. 특히 이 냄새는 기존의 일반적인 체취와는 성격이 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체취 관계 – 반려동물이 기억하는 당신의 냄새 반려동물은 당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냄새를 먼저 기억한다 나는 강아지를 키운 지 9년 차이다. 이름은 ‘무지’. 강아지가 사람보다 냄새에 민감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감각이 ‘기억’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강아지를 통해 체감하게 되었다. 처음 나 빼고 우리 가족이 다 함께 외출했다가 돌아오기 전부터, 무지는 현관문 앞에 나가있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우리 가족이복도에 들어선 순간부터 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지는 분명 우리 가족을 냄새로 알아보았다. 게다가 내가 감기에 걸려 향수를 뿌리지 않은 날이나, 아니면 샴푸를 바꾼 날에는 확실히 행동이 달랐다. 낯선 듯 나를 멀찍이 바라보기도 하고, 한참 냄새를 킁킁 맡은 후에야 익숙함을 찾는 듯했다.이런 경험은 나에게 ..
향이 없는 삶은 가능한가 – ‘무향’ 제품의 진실과 후각 피로 회복법 향은 편안함인가, 피로인가? 나의 후각이 먼저 지쳐갔다 어느 순간부터 향에 지치기 시작했다. 샴푸, 세제, 섬유유연제, 화장품, 방향제, 심지어 쓰레기봉투까지—내 주변에는 늘 무언가의 향이 맴돌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분 좋은 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무겁고, 집중이 어려워지며, 미묘한 불쾌감이 쌓였다. 나는 그 원인을 한참 뒤에서야 알게 됐다. 내 후각이 과부하 상태였던 것이다.그 이후 나는 결심했다. 향 없는 삶을 살아보고자 했다. 무향 제품을 찾아 쓰기 시작했다. 또한, 공간에서 인공 향을 덜 어내며 ‘후각 디톡스’를 실험했다. 하지만 쉽게 결론 내릴 수 없었다. ‘무향’이라고 쓰인 제품이 진짜 무향이 아니었다. 향을 없애고 나니 감정의 안정 대신 ‘낯섦’이 먼저 찾아왔다...
에센셜 오일은 체취를 바꿀 수 있을까? - 자연 향과 몸 냄새의 상호작용 나는 나 냄새가 불편했다, 그래서 향을 빌렸다 나는 체취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타인의 냄새도 쉽게 감지하지만, 무엇보다 내 몸에서 풍기는 향에 스스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운동 후 땀 냄새는 물론이고, 긴장할 때 나는 겨드랑이 냄새, 장시간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느껴지는 옷 안쪽의 냄새까지—매 순간 내가 남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자주 시달렸다. 내 자신도 내 체취를 맡을 수 있기에 타인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향수에 의존했다. 상쾌한 시트러스 계열, 묵직한 우디 향, 은은한 머스크 계열까지 다양하게 시도했다. 하지만, 인공향 특유의 날카로움이 오히려 내 체취와 충돌하며 더 불쾌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것이 에센셜 오일이었다. 인공..
냄새에 예민한 사람들의 생활 전략 – 후각 과민자를 위한 미니멀한 공간 만들기 냄새에 예민한 나, 일상은 언제나 작은 전쟁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새 차 냄새, 겨울철 버스 안의 패딩 냄새, 엘리베이터 안의 향수, 식당 옆 테이블의 음식 냄새까지—내 후각은 늘 주변 자극에 먼저 반응했고, 그 반응은 대체로 불쾌한 방향으로 흘렀다. 누군가에겐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는 향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두통과 피로를 불러오는 자극이었다. 나 스스로도 예민한 성격 탓이라 여겼고, 참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이 민감함을 억누르기보다, 삶의 방향 자체를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냄새를 없앨 수 없다면, 냄새가 없는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는 단순한 원리였다. 그렇게 나는 후각 중심의 감각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