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냄새의 과학 (71) 썸네일형 리스트형 직업에 따라 달라지는 체취 - 직무 환경이 만들어내는 냄새 패턴 사람마다 직장 냄새가 다르다?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종종 느낀다. 어떤 사람은 비 오는 날 냄새처럼 눅눅한 땀 냄새가 난다. 어떤 사람은 먼지나 기름 냄새가 배어 있다. 향수를 뿌렸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직업 특유의 체취가 남아 있는 것이다. 나는 과거 IT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잠깐 일식 가정집 매장에서 파트타임을 했던 적이 있다. 4시간 만에 옷이며 가방이며 모든 것에 텐동 냄새 등 튀김 냄새가 배어 있었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도 그 냄새가 나를 따라다녔다. 샤워를 하고 나서야 그 냄새가 조금씩 사라졌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직업에 따라 체취가 바뀌기도 하는구나.’ 단순히 땀이 나는 활동량 때문이 아니라, 직무 환경이 피부, 옷, 심지어 땀의 성분까지 바꿔놓고 있었다. 이후로는 버스나 지하철에.. 이별 후 남은 냄새 – 후각이 기억에 남기는 정서적 흔적 사라진 사람이 남기고 간 향기 이별을 겪고 나면 마음에 남는 것은 말이나 표정보다도, 어쩐지 공간에 남아 있는 그 사람의 냄새일 때가 많다. 나는 과거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그의 물건 하나 없는 방에 들어섰을 때 묘한 향기를 느꼈다. 향수도 아니었고, 세제 냄새도 아니었다. 분명 어디선가 맡아본 적 있는 향기였는데, 그 순간 나는 이유도 없이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상하게도 그 향기는 말보다 진했고, 사진보다 또렷했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그 향기는, 시간이 지나도 내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후각은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감각이며, 냄새는 추억보다 오래 남는 감정의 궤적이다. 사람은 이별과 함께 모든 것을 지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냄새만큼은 무의식 속 어딘가에 .. 체취에도 유전자가 있다? - 유전적 요인이 결정하는 개인 냄새의 특성 가족끼리는 왜 비슷한 냄새가 날까?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느껴졌던 경험이 하나 있다. 외할머니 댁에 가면 이불 냄새가 꼭 우리 집 거실 소파 냄새랑 닮아 있었다. 두 공간은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두 집에서 각각 사용하는 세제도 다르고, 삶의 방식도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코끝에 닿는 냄새가 묘하게 유사해서, ‘가족끼리는 체취도 닮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이후에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같은 공간에 오래 있을 때 뭔가 모르게 익숙하고 편안한 냄새가 감돌았다. 이 경험이 반복될수록 체취에 대한 의문은 더 깊어졌다.그리고 실제로 체취는 단순한 땀이나 외부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최근 들어 유전자와 체취 사이의 과학적 연결 고리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나.. 냄새로 느끼는 사람 – 체취와 연애 감정의 미묘한 연결고리 눈에 보이지 않는 끌림의 첫 신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은 종종 예상하지 못한 감각에서 비롯된다. 상대의 성격이 좋거나, 관심사가 비슷해 대화가 잘 통해서라기보다, 이유 없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어떤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2년 전, 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낯선 설렘을 느꼈던 적이 있다. 외모나 말투, 대화의 흐름도 좋았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을 연 것은 바로 그 사람 곁에 머물던 공기였다. 향수나 땀 냄새처럼 뚜렷한 향은 아니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한 냄새가 있었다. 그 체취는 나의 정서에 깊게 닿았고, 그 감각은 이성적인 판단을 앞질렀다. 후각은 종종 가장 덜 주목받는 감각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매우 섬세하고 본질적인 역할을 한다. 이후 비슷한 경험이.. 같은 냄새, 왜 다른 감정으로 다가올까 – 감정 상태가 바꾸는 후각의 얼굴 익숙했던 향이 낯설게 밀려올 때 얼마 전, 아침 출근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익숙한 향을 맡았다. 분명히 예전엔 좋아했던 향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그 냄새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향을 맡는 순간 머리가 살짝 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이 밀려왔다. 그 향이 달라진 걸까, 아니면 내가 달라진 걸까? 사람들은 종종 냄새를 객관적인 감각 정보로 여긴다. 하지만, 냄새는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로 변한다. 후각은 단순히 공기 중의 분자를 감지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 순간의 감정과 과거의 기억이 겹쳐지며 후각은 복합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그 날 처음으로, 향이 기억보다 감정을 더 또렷하게 비추는 거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에서는 같은 냄새가 왜 때로는 위로가 되는 이유, 또 .. 냄새는 언제 처음 기억될까 – 영아기 후각 발달과 감정 각인의 시작 이유는 몰랐지만 익숙했던 향, 그 시작의 단서 사람들은 보통 유년기의 기억이 언어를 익히고 사고력이 생긴 뒤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그보다 훨씬 이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걸 느낀 적이 있다. 어느 날 문득, 낯설지 않은 냄새 하나가 나를 설명할 수 없는 편안함으로 감쌌다. 따뜻하고 약간의 비누 향이 섞이는 냄새는 순간적으로 안도감과 함께 다정한 감정까지 불러왔다.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게 되었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 향은 어릴 적 내 몸을 감싸던 어떤 존재의 체취였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어머니께서 체취의 정체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내가 아기였을 때 나를 자주 안아주던 사람이 외할머니였다. 외할머니께서 늘 쓰던 비누가 그런 향이 났기에 그 냄새에 대해서 알고 있었.. 냄새는 왜 기억보다 오래 남을까 – 후각 기억의 비밀 지나가는 냄새 하나에 마음이 울컥했던 순간 기억은 머릿속에만 저장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아주 오래 전의 감정이 한순간에 되살아나는 기묘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겨울 저녁에 운동을 끝나고 길을 걷다 우연히 고소하고 따뜻한 나무 연기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는 순간 나를 초등학생 시절로 데려다 놓았다. 어린 시절 나는 시골 외할머니 댁 마당에서 장작불에 군고구마를 구워 먹었었다. 군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그때의 온기, 사촌들과 웃던 웃음소리, 마음의 편안함까지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너무 놀라 멈춰 섰고, 잠시 눈을 감으며 냄새 속에 잠겨 있었다. 그 장면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 흐릿해졌다. 하지만, 냄새는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처럼 후각은 우리의 의식보다 깊은 곳에서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냄새가 싫다는 감정은 어디서 올까 - 후각과 감정의 뇌과학 특정 냄새만 맡으면 불쾌한 이유, 감정에서 시작됐다 사람은 살아가며 수많은 감각을 경험한다. 그중 유독 감정을 가장 빠르게 자극하는 감각은 '후각'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물건이나 음식에 나는 냄새에도 민감한 편이었다. 이로 인해 특정한 냄새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느끼는 일이 종종 있었다. 구체적으로, 사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식탁에서 나오는 나무 냄새도 싫어했었다. 또한 컨디션이 안 좋을 때에는 돼지고기에도 냄새가 나서 구토를 경험한 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냄새가 싫다는 이 본능적인 감정은 단지 기분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뇌가 감각을 처리하고 해석하는 방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감정을 처리하는 뇌의 구조인 ‘편도체’와 ‘해마’가 후각 자극과 밀접한 관.. 이전 1 ···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