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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는 왜 기억보다 오래 남을까 – 후각 기억의 비밀

지나가는 냄새 하나에 마음이 울컥했던 순간 기억은 머릿속에만 저장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아주 오래 전의 감정이 한순간에 되살아나는 기묘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겨울 저녁에 운동을 끝나고 길을 걷다 우연히 고소하고 따뜻한 나무 연기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는 순간 나를 초등학생 시절로 데려다 놓았다. 어린 시절 나는 시골 외할머니 댁 마당에서 장작불에 군고구마를 구워 먹었었다. 군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그때의 온기, 사촌들과 웃던 웃음소리, 마음의 편안함까지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너무 놀라 멈춰 섰고, 잠시 눈을 감으며 냄새 속에 잠겨 있었다. 그 장면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 흐릿해졌다. 하지만, 냄새는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처럼 후각은 우리의 의식보다 깊은 곳에서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냄새가 싫다는 감정은 어디서 올까 - 후각과 감정의 뇌과학

특정 냄새만 맡으면 불쾌한 이유, 감정에서 시작됐다 사람은 살아가며 수많은 감각을 경험한다. 그중 유독 감정을 가장 빠르게 자극하는 감각은 '후각'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물건이나 음식에 나는 냄새에도 민감한 편이었다. 이로 인해 특정한 냄새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느끼는 일이 종종 있었다. 구체적으로, 사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식탁에서 나오는 나무 냄새도 싫어했었다. 또한 컨디션이 안 좋을 때에는 돼지고기에도 냄새가 나서 구토를 경험한 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냄새가 싫다는 이 본능적인 감정은 단지 기분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뇌가 감각을 처리하고 해석하는 방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감정을 처리하는 뇌의 구조인 ‘편도체’와 ‘해마’가 후각 자극과 밀접한 관..

체취에 민감한 사람들의 뇌 구조 - 후각 과민의 과학적 원인

나는 왜 유난히 냄새에 예민할까?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늘 코를 먼저 막는다. 친구들이 “지하철에서 무슨 냄새가 나? ”라고 할 정도로 나에게 물어볼 정도로 냄새에 민감하다. 특히 사람의 냄새인 체취에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땀 냄새, 향수 냄새, 옷에 밴 섬유유연제조차도 나에겐 고통이다. 샤워 후 깨끗한 사람에게서도 나는 미세한 체취에 반응한다. 또한, 그 냄새가 한 번 인식되면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나 자신이 까다로운 성격이라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우연히 읽은 한 논문에서 ‘후각 과민(Hyperosmia)’이라는 용어를 접한 후 모든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후각 과민이라는 신경학적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 체취에 민감한 사람들의 뇌 구조가 어떻게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