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3

냄새로 느끼는 사람 – 체취와 연애 감정의 미묘한 연결고리

눈에 보이지 않는 끌림의 첫 신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은 종종 예상하지 못한 감각에서 비롯된다. 상대의 성격이 좋거나, 관심사가 비슷해 대화가 잘 통해서라기보다, 이유 없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어떤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2년 전, 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낯선 설렘을 느꼈던 적이 있다. 외모나 말투, 대화의 흐름도 좋았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을 연 것은 바로 그 사람 곁에 머물던 공기였다. 향수나 땀 냄새처럼 뚜렷한 향은 아니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한 냄새가 있었다. 그 체취는 나의 정서에 깊게 닿았고, 그 감각은 이성적인 판단을 앞질렀다. 후각은 종종 가장 덜 주목받는 감각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매우 섬세하고 본질적인 역할을 한다. 이후 비슷한 경험이..

같은 냄새, 왜 다른 감정으로 다가올까 – 감정 상태가 바꾸는 후각의 얼굴

익숙했던 향이 낯설게 밀려올 때 얼마 전, 아침 출근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익숙한 향을 맡았다. 분명히 예전엔 좋아했던 향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그 냄새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향을 맡는 순간 머리가 살짝 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이 밀려왔다. 그 향이 달라진 걸까, 아니면 내가 달라진 걸까? 사람들은 종종 냄새를 객관적인 감각 정보로 여긴다. 하지만, 냄새는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로 변한다. 후각은 단순히 공기 중의 분자를 감지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 순간의 감정과 과거의 기억이 겹쳐지며 후각은 복합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그 날 처음으로, 향이 기억보다 감정을 더 또렷하게 비추는 거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에서는 같은 냄새가 왜 때로는 위로가 되는 이유, 또 ..

냄새는 언제 처음 기억될까 – 영아기 후각 발달과 감정 각인의 시작

이유는 몰랐지만 익숙했던 향, 그 시작의 단서 사람들은 보통 유년기의 기억이 언어를 익히고 사고력이 생긴 뒤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그보다 훨씬 이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걸 느낀 적이 있다. 어느 날 문득, 낯설지 않은 냄새 하나가 나를 설명할 수 없는 편안함으로 감쌌다. 따뜻하고 약간의 비누 향이 섞이는 냄새는 순간적으로 안도감과 함께 다정한 감정까지 불러왔다.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게 되었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 향은 어릴 적 내 몸을 감싸던 어떤 존재의 체취였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어머니께서 체취의 정체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내가 아기였을 때 나를 자주 안아주던 사람이 외할머니였다. 외할머니께서 늘 쓰던 비누가 그런 향이 났기에 그 냄새에 대해서 알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