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3 3

직업에 따라 달라지는 체취 - 직무 환경이 만들어내는 냄새 패턴

사람마다 직장 냄새가 다르다?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종종 느낀다. 어떤 사람은 비 오는 날 냄새처럼 눅눅한 땀 냄새가 난다. 어떤 사람은 먼지나 기름 냄새가 배어 있다. 향수를 뿌렸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직업 특유의 체취가 남아 있는 것이다. 나는 과거 IT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잠깐 일식 가정집 매장에서 파트타임을 했던 적이 있다. 4시간 만에 옷이며 가방이며 모든 것에 텐동 냄새 등 튀김 냄새가 배어 있었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도 그 냄새가 나를 따라다녔다. 샤워를 하고 나서야 그 냄새가 조금씩 사라졌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직업에 따라 체취가 바뀌기도 하는구나.’ 단순히 땀이 나는 활동량 때문이 아니라, 직무 환경이 피부, 옷, 심지어 땀의 성분까지 바꿔놓고 있었다. 이후로는 버스나 지하철에..

이별 후 남은 냄새 – 후각이 기억에 남기는 정서적 흔적

사라진 사람이 남기고 간 향기 이별을 겪고 나면 마음에 남는 것은 말이나 표정보다도, 어쩐지 공간에 남아 있는 그 사람의 냄새일 때가 많다. 나는 과거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그의 물건 하나 없는 방에 들어섰을 때 묘한 향기를 느꼈다. 향수도 아니었고, 세제 냄새도 아니었다. 분명 어디선가 맡아본 적 있는 향기였는데, 그 순간 나는 이유도 없이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상하게도 그 향기는 말보다 진했고, 사진보다 또렷했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그 향기는, 시간이 지나도 내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후각은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감각이며, 냄새는 추억보다 오래 남는 감정의 궤적이다. 사람은 이별과 함께 모든 것을 지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냄새만큼은 무의식 속 어딘가에 ..

체취에도 유전자가 있다? - 유전적 요인이 결정하는 개인 냄새의 특성

가족끼리는 왜 비슷한 냄새가 날까?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느껴졌던 경험이 하나 있다. 외할머니 댁에 가면 이불 냄새가 꼭 우리 집 거실 소파 냄새랑 닮아 있었다. 두 공간은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두 집에서 각각 사용하는 세제도 다르고, 삶의 방식도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코끝에 닿는 냄새가 묘하게 유사해서, ‘가족끼리는 체취도 닮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이후에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같은 공간에 오래 있을 때 뭔가 모르게 익숙하고 편안한 냄새가 감돌았다. 이 경험이 반복될수록 체취에 대한 의문은 더 깊어졌다.그리고 실제로 체취는 단순한 땀이나 외부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최근 들어 유전자와 체취 사이의 과학적 연결 고리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나..